로모그래퍼 구본철의 중형 포맷 포토그래피: LomoChrome Color 92 120 & Berlin kino 120

로모그래퍼 구본철 (@9ooob)은 촬영부터 현상과 스캔, 인화까지 필름의 모든 과정에 직접 참여하여 아날로그를 특별하게 즐깁니다. 그가 로모그래피 중형 필름으로 촬영한 사진과 작업이야기를 공유해주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와 어떻게 아날로그 사진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안녕하세요, 아날로그 사진을 좋아하는 구본철(@9ooob)입니다. 평일에는 회사를 다니고, 주로 주말을 이용하여 사진을 찍고 인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10년 전, 대학교 사진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처음으로 필름 카메라와 흑백 필름 현상/인화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만 해도 DSLR을 주로 사용했는데, 로모 카메라를 접하게 된 것이 변곡점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대림미술관과 로모그래피의 연계 프로그램에서 로모 카메라를 체험해 볼 기회가 있었는데, 이날 경험 후에 LC-A+ 카메라 를 구하게 되었습니다. 크기가 아주 작아서 어디든 들고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필름 사진을 찍었고, 스트리트 스타일의 사진을 찍는 데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카메라입니다.

© 구본철 , 2021 로모크롬 메트로폴리스 120 ISO 100–400

주로 중형 포맷으로 촬영하고 최근에는 흑백을 자주 사용하시는데, 어떻게 이것을 주요 작업으로 하게 되었나요?

소형 카메라로 편하게 툭툭 찍는 사진들도 좋아하지만 보다 무게감 있는 사진, 작업으로서의 사진을 촬영하기에는 중형 포맷이 적합한 것 같습니다. 필름 자체가 크기 때문에 훗날 크게 인화를 할 일이 있을 때에도 유리할 거고요. 필름 자체로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흑백을 주로 사용하는 이유는 현상을 직접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컬러 네거티브도 직접 현상이 가능하긴 하지만 조금 더 번거롭다고 해야 할까요. 사진 한 장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과정과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오는 희열이 큽니다.

© 구본철 , 2021 로모크롬 메트로폴리스 120 ISO 100–400

중형 포맷으로 촬영할 때 어떤 카메라를 사용하시나요?

현재 가지고 있는 카메라 중에선 롤라이플렉스를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중형카메라치고 무겁지 않고 크기도 작아 조그만 가방에도 들어가서 들고 다니기가 용이합니다. 휴대성이 좋으면서도 초점도 비교적 빠르게 잡을 수 있어서 스트리트 사진을 찍을 때 주로 사용합니다. 인물 촬영처럼 보다 정교하고 정적인 촬영이 필요한 경우엔 핫셀블라드503cxi나 마미야RZ67 카메라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당신의 사진 스타일을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한 가지로 정의하긴 어려울 것 같은데요, 그때그때 저에게 흥미를 주는 피사체나 주제, 스타일의 사진을 찍습니다. 그래도 가장 많이 찍고 주된 스타일이라고 한다면 도시에서의 스트리트 사진일 것 같습니다. 스트리트 사진이지만 주로 정적이고 차분한 느낌의 장면에 마음이 가는 것 같습니다. 한 매거진에선 소외된 풍경을 바라보는 따뜻하고 선명한 시선이라고도 표현을 해주었는데 꽤나 마음에 드는 표현입니다.

© 구본철 , 로모크롬 컬러 '92 120 ISO 400 , 모델: 이경수

로모그래피의 120 필름 제품을 사용해 본 적이 있나요?

컬러 네거티브 ISO 400 필름ISO 800 필름 을 사용해 본 적이 있습니다. 특히 ISO 800 의 경우 선택 가능한 필름 종류가 극히 제한적이기에 로모그래피의 컬러 네거티브 ISO 800 필름이 좋은 옵션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전에 찍었던 사진을 찾아봤는데 고감도 필름임에도 그레인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아 부드러운 사진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 구본철 , 베를린 키노 흑백 B&W 120 ISO 400

고전사진인화 방식인 '칼리타입'으로 인화도 직접 하고 계시죠? 인화과정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고전사진인화 방식(alternative process)인 칼리타입(kallitype)과 백금/팔라듐 프린트(platinum/palladium print) 방식으로 사진 인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과거 사진 동아리에서 경험했던 암실 인화를 너무 하고 싶지만 개인 암실을 구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alternative process 라는 용어처럼 암실이 없어도 가능한 대안적인 방법으로 사진 인화를 하고 있습니다.

© 구본철

자외선에 반응하는 감광액을 종이 위에 바르고, 그 위에 필름을 밀착시켜 자외선을 노광 시킵니다. 이후 몇 가지 용액으로 화학적인 처리를 하여 상을 띄우고 정착시키는 과정을 통해 사진을 종이 위에 인화하게 됩니다. 칼리타입에는 감광액으로 철과 은이 들어간 용액이, 백금/팔라듐 프린트에는 은 대신 백금 혹은 팔라듐이 들어간 용액을 사용합니다. 매우 생소한 방법의 인화 과정이라 유튜브나 해외 인터넷 자료 등에 의존하여 독학으로 익히고 있어서 어려움이 적지 않지만,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조금씩 그 방법을 터득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번에 촬영한 로모 베를린키노 흑백필름으로 찍은 사진도 팔라듐 프린트로 인화하기도 했습니다.

© 구본철 , 베를린 키노 흑백 B&W 120 ISO 400

왜 중형 포맷을 좋아하시나요?

사진을 여러 장 많이 찍고 그중에 고르기보다는, 신중하게 한 장을 찍는 타입입니다. 그래서 필름 한 롤당 찍을 수 있는 장 수가 35mm 포맷에 비해 적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필름 자체의 크기가 크기 때문에 보다 선명한 사진, 풍부한 정보를 담기에 용이합니다. 필름 스캔을 대부분 제가 직접 하는 편인데, 35mm 필름 한 롤의 36컷을 일일이 스캔하는 것보다, 중형 포맷의 10컷 내외의 사진을 스캔하는 것이 훨씬 손이 덜 가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높은 화소로 스캔하여 대형 인화를 하기에도 중형 포맷이 훨씬 유리하여 중형 포맷을 좋아합니다.

© 구본철 , 로모크롬 컬러 '92 120 ISO 400 , 모델: 김준수

가까운 미래에 예정된 프로젝트나 계획이 있나요?

앞서 설명드린 고전사진인화 방식으로 꾸준히 인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종이 위에 금속이 포함된 용액을 발라가며 사진을 인화하는 과정이 저에겐 돌탑을 쌓는 일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종이가 쉬이 날아가지 않도록 무게를 얹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이런 의미를 되뇌이면서 사진을 찍고 인화 작업을 지속할 예정입니다. 기약은 없지만 작품이 어느 정도 쌓이고, 전시를 통해 이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커뮤니티와 공유하고 싶은 조언이나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오래전부터 연이 있었던 로모그래피와 이렇게 인터뷰를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날로그 사진 문화를 유지하고 새로운 사용자를 유입시키는 데에 로모그래피가 하고 있는 역할이 상당히 크다고 생각됩니다. 앞으로는 또 어떤 실험적인 카메라나 필름이 나올지, 어떤 창의적인 방법을 제시할지 궁금해집니다.


인터뷰에 참여해주신 구본철님께 감사드립니다! 그의 활동 소식이 궁금하시다면 로모홈인스타그램 을 꼭 확인해 보세요!

작성자 hey_springtime 작성일 2023-12-06 카테고리 #gear #사람 #120isforever #120isworthit #lomo120format

Berlin Kino B&W ISO 400 120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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