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조선왕조를 기리다 ; 종묘, 그리고 종묘제례

매년 5월 첫째주 일요일이 되면 경복궁에서 종로까지 계속되는, 그 어느때보다도 긴 어가행렬을 볼 수 있는데요, 높은 빌딩사이의 도로들을 따라 행진하는 모습은 마치 ’경복궁’이라는 웜홀을 통과하여 ’한양’에서 ’서울’로 한걸음씩 내딛고 있는 조선시대 사람들인 것만 같습니다. 시대를 거스르고 시간을 초월해서 이렇게 먼 길을 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들과 함께 도착한 곳은, 종묘.
조선의 역대 왕조의 신위를 모신 사당으로 가장 큰 제사인 종묘제례가 거행되는 곳이죠.

종묘 초입.

바로 그날이 일년에 한번 종묘제례가 열리는 날이였습니다. 덕분에 종묘입장은 무료.
그래서인지 5월치고는 제법 더운 날씨였는데도 정말 많은 인파들도 넘쳐났습니다.

종묘의 길.

‘종묘제례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어~?’
라는 저의 생각은 큰 착각이였고, 좀더 솔직히 말하자면 외국인관객들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많아서 놀랐습니다. 방문이유가 무엇이였든 우리나라 사람들의 전통문화사랑에 괜히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첫번째 제향이 이루어지는 영녕전.

11시 30분 경복궁에서 시작하는 어가행렬이 종묘에 도착하면 영녕전에서 제향이 시작됩니다.
제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제향이 끝난 후라 제례를 보진 못했지만, 편경을 비롯한 종묘제례악에 쓰이는 전통악기들을 가까이에서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영녕전과 어우러진 모습이 무척이나 한국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정전앞에서 다음 제향을 기다리는 사람들.

종묘제례의 마지막 제향을 보기 위해 정전 양쪽에 늘어선 줄은 끝도 없이 길었습니다. 행사 시작 한 시간전부터 말이죠. 저도 줄을 따라 정전으로 들어갔지만 겹겹으로 앉아있거나 서 있는 사람들로 손을 움직일 수 조차 없었습니다. 아쉽기는 했지만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을 관람하는 것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대신 종묘를 더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종묘의 신록.

종묘 자체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자랑스러운 유적지이죠.
5대 고궁이 살아있는 왕의 권위의 상징이라면, 종묘는 승하한 왕의 안위를 위한 곳으로써 5대 고궁과는 달리 종묘는 장식과 색을 배재한 단아한 모습으로 전통미를 더욱 강하게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조선왕조의 역사만큼 오래된 나무들도 가득한 종묘.

무엇보다도 종묘에는 건물을 뒤덮고 하늘을 가릴 정도로 크고 울창한 나무들이 많아서 종묘를 걷는내내 삼림욕을 하는 것처럼 시원하고 맑은 공기를 실컷 마실 수 있었습니다.

종묘제례악을 준비하는 학생들.

종묘을 휘 돌아보고 나오는 길에 두번째이자 마지막 제례를 시작하기 위해 정전으로 향하는 행렬을 만났습니다.

정전으로 향하는 행렬.

단정하게 제례복을 입고 입을 꼭 다문채 걸어가는 모습에 경건함이 가득합니다. 세대에 세대를 이어 전해져야할 우리의 전통, 한국의 문화가 바로 이런 것이겠죠.

종묘 입구.

다음번엔 더 부지런히 출발해서 종묘제례악과 종묘제례를 꼭 보겠노라고 다짐하며 종묘를 나섰습니다.

*종묘제례와 종묘제례악을 가까이에서 촬영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press 등록을 해야 하구요, 종묘제례가 있는 날에는 어도로 절대 걷지 않도록 조심조심! 안내하시는 분들께 꾸중듣습니다~

작성자 mingkie 작성일 2012-06-07 카테고리 #장소 #history #heritage #ritual #seoul #location #unesco #shrine # #rite #art-and-culture # # # # # # #jongmyo # # #jonmyojer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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