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박제하다. Nikon F-501

지금 사진 찍는 것을 시작하고 싶다면, 이렇게 친절한 카메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Nikon F-501를 처음 만나 첫 셔터를 눌렀을 때 그 찡하게 울리는 ‘찰칵’ 소리가 몹시도 두근거렸죠. 제게는 너무도 친절한 Nikon F-501을 소개합니다.

제가 갓난 아기 때부터 이 사진기와의 삶은 시작되었습니다. 아마 아버지께서도 어린 저를 찍어놓고 싶어서 이 카메라를 구입하셨겠죠. 당시에는 오토포커싱을 지원하는 신기하고 좋은 카메라였을겁니다. 제 기억이 시작하는 그 때에도 제 앞에는 이 카메라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 제 손에 처음 들렸던 카메라도 Nikon F-501이 처음이었죠.

제가 처음 찍은 사진은 거울 앞에서 카메라를 든 제 모습이었고, 두 번째 사진은 증손녀를 안고 계신 외할머니의 사진이었습니다. 저는 그 두근거리는 사진을 만나 지금까지 무겁고 단단한 이 카메라를 놓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네요.

이 카메라가 왜 친절한 카메라인지 본격적으로 소개하자면요.

왼쪽에서부터 필름와인더와 필름의 ISO 감도를 조절할 수 있는 버튼, 노출보정을 모두 버튼으로 합니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셔터스피드를 조절할 수 있는 다이얼이 있습니다. 그 다이얼 옆으로는 셔터버튼이 있는데 보통 L은 전원 오프를 S의 경우에는 단 한 장 촬영을 위해서 설정을 마지막으로 연사를 위해서는 C로 변경시켜주시면 됩니다.

바디의 남은 부분을 조금 더 설명 드리면요. 카메라 왼 쪽을 보면 자동노출 락 버튼과 자동초점 락 버튼이 있습니다. 그 아래 보이는 빨간 버튼을 누르면 옆에 빨간 등이 들어오는데 이게 타이머 기능을 한답니다.

렌즈의 오른 쪽 측면을 보면 렌즈 릴리즈 버튼과 자동초점기능을 선택하는 다이얼이 있습니다. 이 때 M모드는 수동 초점모드, C모드가 연사 시 자동초점모드, S모드가 한 장 촬영 시 자동초점모드를 지원합니다.

이 카메라가 실은 자동초점기능을 지원하는 거의 첫 카메라라고 하는데, 그 기능을 사용하자면 참 인내가 필요합니다. 저의 경우에도 그냥 M모드를 포커싱을 하고는 하죠. 특히 앞의 링을 돌려서 포커싱을 맟추는 그 특별한 손맛은 이 카메라를 놓을 수 없는 특별한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이 렌즈가 기본 렌즈인데요. 맨 앞의 링이 바로 초점을 맞추는 기능이고, 그 뒤의 굵은 링이 줌을 담당합니다.

오래 된 카메라일수록 어렵다는 것은 그저 생각일 뿐입니다. 오히려 직관적인 구석이 있지요. 처음 이 카메라를 만지고, 필름을 넣으며 앞에 써있던 ISO감도를 맞추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래 AA사이즈 건전지가 4개 들어가는데 내부적으로 초점과 노출을 모두 맞춰줍니다. 처음에는 셔터스피드나 조리개는 관심 없이 파란 불이 들어오는 것만 보았는데요.

이 사진이 바로 내부에 보이는 뷰 파인더입니다. 오른 쪽 측면에는 셔터스피드가 깜박거립니다. 이때 조리개나 셔터스피드를 조절해서 깜박거리는 부분을 맞춰주고요. 아래 쪽에 파란 불이 들어오는 시점이 바로 초점이 적당하게 맞춘 경우지요.

바로 그 순간 찰칵.

(정말 이 카메라의 셔터음은 지금까지 만난 어떤 카메라도 Nikon F-501을 능가하지 못했지요.) 그럼 니콘으로 찍은 사진들을 소개해볼까요?

이 사진은 광장 구제시장에서 찍은 한 컷. 카메라가 유난히 무겁기 때문에(정말 중요한 단점이죠) 어두운 곳에서 찍는 건 몹시 위험한 일입니다. 이 때 감도가 높은 필름을 사용해주면 좋죠.

Nikon F-501의 가장 큰 장점은 실패하지 않는 사진입니다. 가장 성공률이 높은 사진이죠. 필름 카메라를 대략 4-5개 정도 사용하고 있는데 절대 실패하지 않습니다. 보통은 조리개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 실패하지 않을 경우가 크지만 조리개 뿐만 아니라 내부 뷰 파인더로 보이는 사진을 그대로 찍어주기 때문에 아마 실패하지 않는 듯 보입니다.

위 사진은 일본 오카야마의 어느 하늘인데요. 니콘과 코닥 필름이 만나 서정 그 자체지요. 아마 다른 카메라였다면 이렇게 완전한 포커싱은 어려웠을거예요. 게다가 저물어갈 즈음이었기 때문에 더 어려웠겠죠.

가장 최근에 찍은 경복궁의 야경입니다. 카메라 자체가 무겁기 때문에 낮은 셔터 스피드에도 조심하면 많이 흔들리지 않는 장점이 있는데요. B셔터는 최근 이 사진을 통해 감을 좀 익혔습니다. 역시 준비물은 삼각대. 삼각대에 올려놓고 찍은 경복궁 야경은 역시 디카보다 깔끔하지는 않았지만 사진의 매력은 그만입니다.

필카가 가진 우연의 행복은 다른 카메라에 비해 적지만 그 순간을 제가 기억하는 서정과 아름다움을 그대로 뽑아주는 카메라는 역시 Nikon F-501이 최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Nikon F-501은 오랜 시간이 무색하게도 여전히 완전한 사진을 뽑아내줍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구성은 그만이지요. 그리고 제가 생각한 사진들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절대 필름이 아깝지 않은 카메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갈 때면 유난히 무거운 이 녀석과 함께 해야 할 지 고민하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저는 이 카메라를 통해 사진을 배웠고 아마 앞으로도 Nikon F-501을 통해 그 실력을 갈고 닦아나가게 될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신경 쓴다면 다른 카메라를 사용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죠.

지금까지 제 삶을 박제해 온 카메라. 아버지의 손을 지나 제게 들어왔는데 언젠가 제 아이에게도 이 카메라를 통해 사진을 가르쳐주고 싶네요.

오늘의 Nikon F-501 소개는 마무리 할까 합니다!!

작성자 godfkzp 작성일 2011-06-24 카테고리 #gear #review #kodak #nikon-f-501 # # # #auto-focu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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