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젊은 사진작가: 안희정 Nina Ahn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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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사람들과 평범한 공간들 속에서 미묘한 감정들이 느껴지는 절묘한 순간들을 포착하여 사진으로 담아내는 젊은 사진작가, 안희정씨의 인터뷰를 확인해 보세요.

로모그래피 온라인매거진 독자 여러분께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하하 긴장되네요.. 전 누가 자기 소개하라고 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초등학교 때는 그림 잘 그린다는 소리에(주로 상상화. 모든걸 내 마음대로 바꿔 그려서 선 긋는 솜씨는 엉망이에요 :) ) 화가가 될 줄 알았고,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책 읽고 글 쓰는 걸 좋아해서 (그때는 학교대표로 글쓰기 대회에 나가서 상도 많이 받았답니다) 내가 작가가 될 줄 알았죠. (사실 이 야심은 지금도 버리지 않았어요.) 그런데 정작 대학에선 경제학을 전공했고 첫 직장으로 타파웨어라는 미국계 회사 마케팅부 코디네이터로 일했어요. 최근 2년동안엔 kTH 음악컨텐츠비즈니스쪽에서일하다가 올 3월에 그만두고 지금은 이곳 터키에서 백수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사진하고는 전혀 관련이 없는 히스토리네요 :) 사진은 직장생활하면서 틈틈이 친한 친구들과 어울려 찍었어요.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사진을 찍게 되셨나요? 어떤 카메라가 당신의 첫 카메라였나요?

첫 직장을 잡고, 살아생전 두 번째로 (제가 시골 섬출신이라서요. 하하) 서울에 올라왔는데 친구가 당연히 한 명도 없었어요.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할 일이 없어서, 인터넷을 했는데 그때 지금은 상업사진가로 활동 중이신 배지환씨의 초창기 사진을 발견했어요. 로모로 찍은 일상생활 속의 여자친구분 사진이었는데 그 사진들을 보면서 나도 저런 따뜻한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부터 돈을 열심히 모아서 배지환씨가 추천해주신 Canon EOS5라는 필름 카메라를 구입했답니다. 당시엔 사진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이상하게 몹시 강해져서 조리개와 셔터스피드 조절이 가능한 카메라를 사고 싶었어요. 로모도 사고 싶었는데 제가 거리감각이 없어서 고민 끝에 EOS5를 샀어요. 그리고 동호회 출사에 용기를 내서 나가보았죠! 사진이 아니었다면 만날 수 없었을 다양한 생각과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친구가 생겨서 정말 신이 났습니다.

당신의 사진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어떤 주제와 대상을 주로 찍나요?

저는 주로 사람을 찍어요. 자기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반영된, 컨트롤이 안된 표정과 예상치 못한 몸짓, 정적인 가운데 심적 동요가 느껴지는, 그런 사람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풍경들을 좋아한답니다. 한마디로 마음이 스르륵 반영된 스냅사진을 좋아하고 그런 모습을 담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특히 슬픔, 좌절, 분노와 관련된 주제에 마음이 많이 가요. 그러나 과대포장되고 감정선이 뚜렷이 보이는 슬픔과 좌절 분노는 싫습니다.

4-5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불안한 연애를 하고 불분명한 미래를 바라보는 생활을 하면서 부정적인 감정의 극단을 배운 적이 있어요. 그 이후부터는 나도 모르게 거리를 걷다가 과거의 나와 비슷해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사진으로 담게 됐어요. 그런 미묘한 감정들을 내 생각대로 연출했던 사진들이 빈집 시리즈입니다. 누군가의 삶이 가득찬 방을 찍는 것도 굉장히 좋아해요. 방안 가득 고인 방주인의 취향을 찍는 일은 그 사람을 알아가는 기분이 들어서 즐거운 작업인 것 같아요.

수 많은 니나씨의 필름 사진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은 무엇인가요?

6년 전 겨울에 찍은 사진이에요. 사진 갓 시작하고 친구와 여행사 팩키지로 태백엘 갔거든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당초 계획했던 산에 관광버스가 못 가게 되었는데 안내원이 양해를 구한다고 다수결로 갈지 안 갈지 결정하자는 거에요. 전 거기 너무 가고 싶었거든요. 다수결했더니 저랑 제 친구만 거기 간다고 한 거에요. (중년부부들이 많았던지라. 하하) 결국 버스에서 내려서 친구와 함께 신발이 다 젖도록 걸었는데 가도 가도 눈벌판이어서 길을 잃었어요. 그때 만난 풍경이에요… 나무 세 그루가 너무 정답게 보이지 않아요? 공기도 참 맑고 차가웠는데 !

당신의 사진들에 어울릴만한 사운드 트랙을 골라본다면?

으악- 가장 어려운 질문!!!! 사실 음악에 영감을 받아서 사진 찍는 경우가 많아서, 음악에 관해 거론하자면 저와 밤을 새셔도 모자랄겁니다!!!! >_<

Sigur Ros – untitled # 4
Jónsi – Grow Till Tall
Röyksopp – In Space
박창학 – 기억, 깊고 깊은 언약
3호선 버터플라이 – 깊은밤 안개속
서울전자음악단 _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Björk – Frosti
Balmorhea – Barefoot Pilgrims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또 가장 많은 영감을 주는 포토그래퍼는 누구인가요?

솔직히 영감을 주는 포토그래퍼는 없어요. 하하 영감을 주는 쪽으로 말하자면, 사진보다 대체로 영화나 문학, 음악 쪽의 영향이 절대적이구요. 그냥 이런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구나 정도의 느낌밖에 안와요.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던 작가를 꼽자면 한국 샤머니즘 사진의 진수를 보여주는 <충돌과 반동>의 이갑철 작가님, 딸과 아들의 성장기를 담은 lmmediate Family의 샐리 만(sally mann), 빈티지 대형카메라와 폴라로이드, 그리고 디지털 드로잉이 융합된 사진세계를 알려준 이경훈 작가님, 자신의 일상과 청춘의 아름다움을 잘 그려내고 있는 또래작가 하시시 박(Hasisi Park)입니다.

좋은 사진이란 어떤 사진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처음 사진 시작할 때 좋다 생각했던 사진과 지금 좋다 생각하는 사진이 많이 달라진 걸 보면 좋은 사진이라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요. 그냥 보는 순간 마음이 움직이는 사진이 좋은 사진 같습니다. 이건 모든 예술의 잣대가 되는 것 같아요. 남들이 아무리 좋다 말해도 그 사진을 보고 내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그 사진은 내게 의미가 없는 사진이 되겠죠. 하지만 예전엔 몰랐는데 지금 보니 뭔가 맥이 보이고 가슴팍이 울렁거리는 사진이나 음악이 있을 거에요. 내가 세상을 경험한 만큼 그리고 내가 절실하게 어떤 감정을 갈구하는 것만큼 사진을 깊이 있게 읽을 수 있다 생각하구요. 좋은 사진은 작품 자체로 결정되기 보다 대중이 그 속에서 보고자 하는 마음상태에 달려있다 생각합니다.

필름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가장 즐거운 순간이 있다면?

요즘 사진을 찍으면 카메라를 모르는 사람들은 사진 어떻게 나왔나 당장 보여달라고 그래요. 특히 꼬마들이 그러는데요.어련히 대세에 맞는 디지털카메라겠거니 생각하거든요. 전 사진 검열당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라(혼자 좋아서 보는 사진이 더 많아요), 그럴때마다 이거 필름카메라에요… 지금 못봐요. 라고 말하는 순간이 가장 즐거운 것 같아요.

만약 당신이 현존하거나 현존하지 않는 인물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면, 어떤 카메라와 어떤 필름으로 누구를 찍고 싶나요?

가족사진요. 생일이나 졸업식 같은 아주 특별한 날이 아니고는 어린 시절 가족사진이 별로 없어요.. 가족사진을 잘 찍고 싶어서 사진을 시작했는데 정작 독립을 해서 저와 동생은 서울에, 부모님은 거제도에 계시니 명절 이외에 찍을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한 집에 살면서 벌어지는 소소한 가족의 일상을 잘 담아보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가정을 꾸리게 되면 <윤미네 집> 전몽각 작가님처럼 제 아이의 성장기를 꾸준히 기록하고 싶습니다. 대형카메라에 폴라팩, 그리고 제가 애용하는 똑딱이 yashica t4에 코닥포트라 160vc, 아그파 비스타라면 충분할 것 같아요. 아. 그 좋다는 라이카 m6도 누가 준다면 덥썩 받고 싶습니다. 정말 사진이 더 잘 나오려나 하하 >_<

아날로그 vs 디지털. 아날로그 필름 사진의 어떤 점이 디지털 사진보다 특별하다고 생각하나요?

렌즈와 필름을 다양하게 조합해서 여러 가지 색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게 최고 장점인 것 같아요. 겨울이불처럼 따뜻하고, 탈탈 털면 먼지가 일 것 같은 필름카메라만의 빈티지한 빛깔은 포토샵없이 디지털로 표현하기 힘들어요. 써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디지털사진은 선이 정직해서 겨울 달밤처럼 서늘하거든요. 단순 기분일지 모르지만 필름사진이 또 세월 따라 아득한 느낌으로 빛이 바래는 것 같아요. 온기가 느껴지는 사진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그 점이 가장 특별하게 느껴지네요.

로모그래피 카메라를 가지고 있나요? 어떤 카메라를 좋아하나요?

SUPER SAMPLERHOLGA 를 써봤는데요. 로모그래피 홈페이지에서 멋진 “LC-A+”http://www.lomoshop.co.kr/front/php/category.php?cate_no=38 사진을 구경한 후에 로모욕심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네요. 하하. 현재 여행 중이라 이국적인 풍경을 원없이 보고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로모 특유의 색감으로 멋지게 담아보고 싶어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시대입니다. 그들에게 더 많은 영감을 주기 위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흥미를 느끼는 주제와 소재부터 접근해서 자신만의 사진을 즐겁고 가볍게 만들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사진 찍는게 좋아서 시작했는데 주변의 멋진 사진들에 기죽고 저게 대세인가 싶어서 따라도 해보고 갈팡질팡하다가 처음의 즐거움을 잃어가는 분들을 꽤 봤거든요. 나와 나의 지인, 가족들이 같이 공감할 수 있는, 내 인생에 기념이 될 만한 사진에 집중한다면, 더욱 즐거운 사진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 자신이 중요하다는 걸 잊지 마세요.

현재 진행 중이거나 새로 계획 중인 프로젝트가 있나요?

연애사진요! 하하 남자친구와 여행을 함께 하고 있어요. 사진은 여행이 마무리되는 내년 봄쯤 보여드릴께요!

인터뷰에 성실히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정보

안희정, Nina Ahn
fatehj@lycos.co.kr
http://ninaahn.tumblr.com/
http://www.flickr.com/photos/hjnina/


한국의 젊은 사진작가 인터뷰는 국내외로 잘 알려진, 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젊은 사진작가들을 로모그래피 온라인 매거진의 독자들에게 소개하여, 작가의 사진과 글을 통해 더 많은 생각과 영감을 나누고자 마련된 기획 시리즈입니다. 여러분이 소개하고 싶은 젊은 사진작가가 있다면, 혹은 본인의 사진작업을 소개하고 싶다면, magazine@lomography.co.kr로 작가의 홈페이지와 간단한 소개글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2011-05-10 #사람 #interview #photographer #young #korean #nina #lomoamigo # #ahn # # #

2 덧글

  1. hiro3507
    hiro3507 ·

    사진이 너무 멋져요! 홈페이지 구경가야겠습니다 ^^

  2. sodasoo
    sodasoo ·

    좋은 글, 좋은 사진!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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