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으로 건네는 편지 :: 사진가 박기성이 다게레오타입 아크로마트 아트 렌즈로 담은 빛과 마음의 조각

사진은 때로 기억보다 오래 남는 언어가 됩니다. 빛의 떨림, 눈빛의 교차, 스쳐가는 표정 하나가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기도 하지요.

사진가 박기성은 인물의 표정을 단순히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깃든 시선과 감정을 따라갑니다. 피사체의 눈빛, 이를 응시하는 사진가의 시선, 그리고 이미지를 마주할 관객의 시선이 교차하는 순간, 그는 사진이 언어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번 작업에서 다게레오타입 아크로마트 아트 렌즈는 그 믿음을 증명하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현실보다 오히려 기억에 가까운 질감으로 번져나간 빛 속에서, 그는 상냥함과 단단함이 공존하는 순간들을 '시선의 언어'로 우리 앞에 펼쳐 보입니다.


© 박기성 | 다게레오타입 아크로마트 아트 렌즈 | 모델: 이송아

안녕하세요, 박기성 작가님. 로모그래피 매거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먼저 독자분들께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로모그래피 매거진 구독자 여러분. 저는 시선 속에 마음을 담아 보내는 사진가 박기성 입니다.

작가님께서 사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진을 처음 접한 것은 2017년 학부 시절이었습니다. 친구의 카메라 앞에서 피사체가 되었던 것이 계기였지요. 그때 친구의 시선 속에 담긴 제 모습을 보며 '표현에는 여러 방식이 존재하는구나'라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고, 그 경험은 제 삶을 크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날 이후 본격적으로 카메라를 잡기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그 친구 는 제게 스승이자 삶의 흐름 속에서 함께하는 동반자로서 자리하고 있습니다.

말로 전하지 못한 마음을 담을 방법을 찾다가 사진을 만나게 되었고, 음악이나 편지, 일상의 언어처럼 사진 또한 감정을 담는 하나의 그릇이 되었달까요. 그래서 지금의 저는 뷰파인더로 바라보는 시선과 셔터를 누르는 행위를 표현의 한 방식으로 삼으며 촬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박기성 | 다게레오타입 아크로마트 아트 렌즈 | 모델: 이송아

이번 촬영에서 표현하고자 한 주제나 컨셉은 무엇이었나요?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리셨고, 이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제 촬영의 기조는 늘 같습니다. "빛에 스민 마음을 입고, 못다 한 말을 프레임에 담는 것." 그리고 제가 바라보는 피사체가 곧 주제랍니다. 시선 속에 담긴 모든 피사체가 세상의 주인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과도 연결돼 있지요.

이번 작업에서는 로모그래피의 제안을 받자마자 직감적으로 떠올린 모델 송아님의 시선과 표정 속에서 인상 깊게 다가온 '상냥함'을 발견하고 싶었습니다. 만약 상냥함이 형태를 가진다면, 그것은 송아님을 통해 드러난 무언가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촬영을 이어가며 처음에는 수줍은 상냥함 속에 차분히 빛을 머금은 모습을, 또 순간적으로 선명하게 드러나는 송아님만의 취향과 태도를 마주할 수 있었고, 저는 그 미묘한 균형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 박기성 | 다게레오타입 아크로마트 아트 렌즈 | 모델: 이송아

이번 작업에서 다게레오타입 아크로마트 아트 렌즈 를 처음 사용해보셨는데, 직접 촬영해보시니 이 렌즈만의 매력이나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이번 촬영에서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렌즈와 송아님, 그리고 빛이 하나로 어우러진 순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수줍게 서 있던 송아님이었지만, 카메라 앞에서 시선을 열어주자 눈빛은 맑게 남았고, 표정은 빛 속에서 흩어지며 마치 감정이 번져가는 듯 했거든요.

다게레오타입 아크로마트 아트 렌즈는 바로 그런 순간을 살려주었습니다. 조리개값 f/4 이하에서는 부드럽게 번지는 소프트 포커스와 할레이션이 피어나, 현실보다 오히려 기억에 가까운 장면으로 다가왔습니다.

19세기 광학 설계를 현대적으로 복원하면서 구면수차를 일부러 남겨둔 덕분에 중심부는 선명하지만 주변부는 빛이 확산되더라고요. 이 특유의 번짐이야말로 제가 추구하는 감정의 질감과 맞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께서 말씀해주신 것과 같이 해당 렌즈는 f/4 미만에서 소프트 포커스를 보여주는데요. 이번 작업에서 활용하신 할레이션 효과가 사진의 감정이나 분위기를 어떻게 살려주었다고 느끼셨나요?

송아님의 눈빛을 바라볼 때, 렌즈가 그 시선을 또렷하게 붙잡아 주었어요. 동시에 표정과 실루엣은 할레이션 속으로 퍼져나가, 보는 이로 하여금 감정을 직접 마주하게 했습니다.

렌즈의 특성으로 인해 빛이 하이라이트 주변에서 확산되며 피사체를 감싸는 효과가 만들어졌고, 덕분에 사진은 선명하지 않더라도 오히려 그 속에 담긴 감정을 더욱 선명하게 전할 수 있었습니다.

광학적으로는 f/4 미만에서 구면수차가 크게 작용해 하이라이트 주변부가 퍼지고, 중심부와 주변부 사이에 텐션이 생기는데, 저는 그 결이 오히려 감정의 떨림으로 변해 사진 속에 담겼다고 느꼈습니다.

© 박기성 | 다게레오타입 아크로마트 아트 렌즈 | 모델: 이송아

반대로 조리개 f/5.6 이상에서는 강한 콘트라스트가 드러나는데요. 이를 통해 부드럽고 몽환적인 느낌을 담으실 때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나요?

f/5.6 이상에서는 해상력이 높아지고 대비가 강해져서 송아님의 확고한 태도와 작은 제스처까지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 부드러움이 쉽게 사라질 수 있기에, 빛의 방향과 톤을 조절하며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송아님의 눈빛이 가진 긴장감은 유지하되, 전체적인 톤을 눌러 몽환적인 분위기를 잃지 않으려 했습니다.

조리개를 조일수록 콘트라스트와 디테일이 급격히 높아지는데, 저는 그 선명함을 살리면서도 감성적으로는 여전히 부드러운 긴장을 유지하는 균형에 집중했습니다.

실내에서는 톡톡 튀는 비비드한 색감이, 실외에서는 눈부신 자연광이 돋보였는데요. 이러한 차이 속에서 작가님께서 특히 집중하신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제게 실내에서의 비비드한 색감은 마치 한 사람의 취향과 태도를 대변하는 언어와도 같습니다. 그래서 색이 가진 결을 존중하며, 그것이 인물의 내면과 어떻게 어우러지는지에 집중했습니다. 반대로 실외에서는 빛 자체를 하나의 주인공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눈부신 자연광 속에서 인물이 어떻게 숨 쉬는지, 풀과 햇살이 어떤 이야기를 보태는지를 지켜보며 그 순간을 가장 솔직하게 담으려 했어요.

다소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이것이 제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이며 놓치고 싶지 않은 세계입니다.

© 박기성 | 다게레오타입 아크로마트 아트 렌즈 | 모델: 이송아

이번 작업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을 꼽는다면 어떤 작품일까요? 그리고 그 이유도 함께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래의 사진 속에 담긴, 고개를 살짝 돌리며 시선을 흘려주던 송아님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찰나의 순간, 수줍음과 단단함, 그리고 진심 어린 눈빛이 함께 어우러져 있었달까요. 렌즈의 글로우가 눈빛을 따라 번져나가면서, 말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인물이 가진 성격의 결이 하나의 이미지 안에 녹아든 듯했습니다. 제가 이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것이 단순한 초상이 아니라 '이송아'라는 사람 자체를 표현한 장면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 박기성 | 다게레오타입 아크로마트 아트 렌즈 | 모델: 이송아

인물 촬영에서 독창적인 감각이 돋보이는데, 사진이나 영상을 구성할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시하시나요?

저는 언제나 '시선'을 가장 중시합니다. 시선은 마음의 언어이자, 말보다 먼저 다가오는 고백이니까요. 피사체가 가진 시선, 제가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마지막에 사진을 마주할 관객의 시선. 이 세 가지가 교차하는 순간, 저에게는 특별한 텐션이 생깁니다. 늘 그 순간의 떨림이 사라지기 전에, 저는 그 텐션을 흩트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품어 사진 속에 고스란히 새기려 합니다. 그 순간이야말로 사진이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마음을 건네는 편지가 된다고 믿습니다.

© 박기성 | 다게레오타입 아크로마트 아트 렌즈 | 모델: 이송아

마지막으로,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사진 작업이나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게 새로운 자극이란 예고 없이 스며드는 균열과도 같습니다. 친구의 눈빛 한 줄기, 낯선 도시의 바람과 야생화, 혹은 침묵 속에 깃든 그림자에서 그것은 불현듯 다가옵니다. 그 순간 익숙했던 제 세계는 금이 가고, 그 틈 사이로 낯선 빛이 스며들어, 저는 매 순간 그 빛을 붙잡고자 합니다.

저에게 사진은 그 균열을 응시하는 행위이자, 순간의 미세한 떨림을 모른 척 지나치지 않기 위한 다짐입니다. 앞으로도 그러한 틈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속에서 태어난 빛을 고스란히 프레임에 눕혀 내일의 누군가에게 건네고 싶습니다. 어쩌면 그 '내일'은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빛과 시선이 교차하는 순간, 사진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마음이 담긴 언어가 됩니다. 박기성 작가의 프레임 속에서 건네진 편지가 독자 여러분의 하루에도 잔잔한 울림으로 전해지길 바랍니다. 더 많은 그의 시선을 함께 바라보고 싶으시다면 인스타그램 을 통해 계속 함께하실 수 있습니다.

작성자 nhkim115 작성일 2025-10-09 #gear #문화 #사람

Daguerreotype Achromat 2.9/64 Art Lens

1839년에 출시된 세계 최초의 사진 광학 렌즈는 현대의 디지털과 아날로그 카메라와 함께 작동하고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독특하고 천상의 미학을 제공하도록 재설계되었습니다. 캐논 EF와 니콘 F 마운트와 호환되며 어댑터를 사용하면 더 많은 마운트와 호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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