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의 시간을 찍는 법:: 로모인스턴트 스퀘어 글래스로 본 하루
오랫동안 필름 사진을 기록해온 재하 작가가 로모 인스턴트 스퀘어 글래스를 들고 평범한 하루를 새롭게 바라봅니다. 창가의 빛, 혼자 있는 시간, 자전거 위에서 마주친 양귀비꽃까지- 찰나의 감정을 오롯이 담아낸 그의 인스턴트 일기를 만나보세요.
안녕하세요! 로모그래피 매거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오랫동안 필름사진을 찍으며 하루사진 계정을 운영하고 있는 재하 입니다. 주로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사진을 찍고 있어요.
이번에 사용하신 카메라는 Lomo’Instant Square Glass예요. 직접 사용해보니 어땠나요?
예전에는 인스턴트 카메라를 파티나 특별한 장소에서 기념할 일이 있을 때 주로 사용했었는데,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접근해봤어요. 텀블러와 같이 늘 가방에 넣고 다니며, 눈에 들어오는 장면이 있으면 기존에 사용하던 카메라 대신 이 카메라로 자연스럽게 촬영했어요. 언제든 펼쳐서 바로 찍을 수 있는 구조라서, 오히려 ‘무엇을 찍을까’라는 감각을 계속 열어두고 다닌 느낌이 들었어요. 눈앞의 장면을 프레임에 담아내려는 태도로 일상을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또 하나 좋았던 점은 생각보다 짧은 최소 초점거리(약 0.8m) 덕분에, 언제 한 번은 나 자신도 찍어봐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거예요. 팔을 쭉 뻗거나 가까이에 둔 상태에서 셀프 촬영이 가능하다는 점이 꽤 유용하게 느껴졌어요.
"무엇보다도 이 카메라는 형태가 컴팩트해서 휴대하기 편했고, 노출 보정 등 다양한 기능이 담겨 있다는 걸 알기에 짧은 사용 시간이 아쉽게 느껴질 만큼 가능성이 많은 카메라였어요."
로모 인스턴트 스퀘어 글래스만의 매력은 어떤 점이라고 느끼셨나요?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매력은 역시나 카메라의 외관이에요. 전체적인 디자인이 옛날 폴라로이드를 연상시키는데, 펌프처럼 생긴 디테일이나 빈티지한 매력이 확실했어요. 특히 패브릭 소재로 마감된 카메라의 겉면이 손에 감기는 촉감도 좋았고, 버튼 디테일, 그립감 뿐만 아니라 촬영할 때 손맛을 더해주는 카메라였어요. 이번에 직접 사용해보진 못했지만, 한 대의 카메라로 두 가지 포맷을 촬영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상황에 따라 포맷을 다르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유용하게 느껴져요. 그리고 확실히 인화된 사진의 색상이 지금 내 눈 앞에 보이는 그대로의 색이 아니라 카메라를 거쳐 필름에 새겨지는 색상이 이 카메라의 독창적인 해석으로 느껴졌어요.
이번 촬영은 어떤 컨셉이나 무드를 염두에 두고 진행하셨나요?
누군가와 함께하는 시간이 아닌 혼자 보내는 대부분의 일상 속 시간들을 기록하며 찍어보았어요. 혼자 매일 들러 책을 읽는 동네 카페, 자전거를 타고 걷는 강가와 멀리 떨어져 있는 남자친구와 영상통화를 켜둔채 각자 할 일을 하는 시간들, 서로가 잠드는 모습을 지켜보곤 하는 침대 옆 처럼요. 잘 생각해보면, 누군가와 함께 있을때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며 그 모습을 담아주는데 혼자 있을 때는 그렇지 않죠. 우린 많은 시간을 혼자 보내곤 하는데 그런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평소라면 굳이 기록하지 않고 지나쳤을 ‘뭐하러 찍어’와 같은 순간들을 담으려고 해보았어요.
아날로그 사진을 찍을 때만의 감정이나 즐거움이 있다면요?
제게 아날로그 사진이 갖는 가장 큰 매력은 여러 과정을 거쳐 결과물을 마주하기까지의 예측불가능성입니다. 방금 누른 셔터가 무엇을 불러왔을지, 무엇을 기록 했을지 곧바로 알 수 없기에, 기다리는 동안의 긴장감과 기대가 자연스럽게 따라오죠. 물론 어느 날엔 실망하기도 하고요. 인스턴트 카메라는 결과물을 바로 손에 쥘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디지털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줍니다. 스크린을 통해 미리 결과를 확인하고, 촬영본에 따라 그 자리에서 삭제하거나 다시 찍을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와 달리, 아날로그 사진은 셔터를 누르는 순간 결과를 기꺼이 받아들여야만 하거든요.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그 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받아들이고 수용하는 태도—그게 아날로그 사진이 주는 감정이고, 인스턴트 카메라도 그 감정을 분명히 품고 있다고 느꼈어요.
야외에서 찍은 사진이 많았는데요, 어떤 순간에 셔터를 누르게 되시나요? 구도를 미리 고민하는 편이신가요, 아니면 그 순간의 분위기나 감정에 따라 즉흥적으로 찍는 편이신가요?
결국 누구나 그렇듯,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에 셔터를 누르게 되는 것 같아요. 다만 저는 평소에 순간 포착보다는 빛과 구도를 꼼꼼히 계산하고 찍는 편이에요. 혹 위에서 언급했 듯 꼭 얻고싶은 장면인데 우려가 된다면 여러 값으로 두어번 촬영을 더 하기도 하는 편이에요. 그런 점에서 인스턴트 카메라는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기존처럼 완벽하게 계산한 프레임을 구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일단 찍어보자’는 마음으로, 피사체가 눈에 들어오면 바로 셔터를 눌렀어요. 화면의 어디까지가 실제 사진에 담기는지 가늠이 잘 안돼서 예상치 못한 부분이 포함되기도 했고요. 그렇지만 초점거리 설정이나 노출 보정 같은 기능들을 활용하면 앞으로 더 안정적인 촬영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카메라와 조금 더 익숙해진다면, 저만의 방식으로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촬영하신 사진 중 특히 마음에 드는 컷이 있나요? 그 이유도 함께 알려주세요.
나무 아래 양귀비 두 송이가 피어있는 장면이요. 지금도 로모인스턴트 스퀘어 글래스 덕분에 그 사진을 찍던 순간을 비롯해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그 날의 해가 비추던 모든 색을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는데, 푸른 풀과 나무 사이를 달리다 문득 저 멀리 붉은 점 두 개가 눈에 들어왔어요. 마치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처럼 강렬하게 다가왔어요. 자전거를 멈춰 세워두고 거친 풀밭을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납니다. 돌이켜보니 인스턴트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건 ‘Take a picture’ 보다 ‘Capture a moment’ 에 가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촬영 장소를 고를 때 기준이 있다면? 혹은 앞으로 꼭 촬영해보고 싶은 공간이 있을까요?
햇빛을 부드럽게 퍼뜨려주는(diffuse) 유리창 앞을 좋아해요. 너무 밝지도 않고 어둡지도 않게 사물의 본질을 가장 잘 꿰뚫어볼 수 있도록 해줘요. 특히 사람 얼굴을 촬영하기에 가장 솔직한 빛이라고 생각해요. 비슷한 결로 앞으로는 누군가의 ‘집’이라는 공간에서 더 많은 사진을 찍어보고 싶어요. 비단 제 집이나 가까이 살을 부대끼는 이들의 집 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생활이 깃들어있는 곳 에서요. 가장 편안히 머무는 곳에서 조금 더 새롭게 찍었을 때 포착할 수 있는 내외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익숙한 내 집을 다른 사람이 보았을 때 또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고, 그러니 스튜디오나 집처럼 꾸며진 곳이 아닌 생활감이 묻어나는 ‘진짜’ 집 에서요. 그 모습들을 오롯이 담아내보고 싶어요.
앞으로 사용해보고 싶은 로모그래피 카메라나 다른 필름 포맷이 있나요?
로모인스턴트 와이드 글래스를 꼭 사용해보고 싶어요. 이번에 인스턴트 스퀘어 카메라로 두 가지 포맷을 경험해보면서, 한층 더 넓은 화면을 담을 수 있는 와이드 포맷에도 끌리게 되었어요.또 다음에는 다중노출이나 장노출처럼 다양한 기능들도 좀 더 적극적으로 써보고 싶어요. 인스턴트 카메라는 저에게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었지만, 계산된 구도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오히려 그런 즉흥적이고 생동감 있는 결과물을 시도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아요. 두 성향을 어떻게 조합할 수 있을지 실험해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로모그래피 커뮤니티와 공유하고 싶은 작업이나 프로젝트가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아직은 따로 공유할 작업이나 프로젝트는 없어요. 하지만 앞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보면서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는 작업이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보내는 제 일상과 푸름, 반짝임을 담는 사진들을 @haroosajin 에 꾸준히 업로드 해볼게요. 감사합니다.
아날로그의 감성과 디지털과는 다른 사진의 태도, 그리고 순간을 수용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 재하 작가의 기록을 통해 여러분도 ‘지금’의 풍경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되시길 바랍니다. 로모그래피 커뮤니티는 언제나 여러분의 시선을 기다립니다!
작성자 hey_springtime 작성일 2025-10-26 #gear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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