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mo Art School:: 흐르는 시간 속 기억들, 중앙대학교 영화학과
필름 사진은 흐르는 시간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까요? 서울 중앙대학교 영화학과 학생들이 로모그래피 카메라와 함께 기억, 일상, 존재에 대한 시선을 필름에 담았습니다. 디지털 시대 속에서도 아날로그의 감성에 깊이 공감하고, 필름이 지닌 물리적 시간성과 정서적 여운을 탐구하는 젊은 영화인들의 진솔한 기록을 만나보세요.
이번 Lomo Art School 기사에서는 중앙대학교 영화학과 학생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풀어낸 "흐르는 시간 속 기억들"을 소개합니다. 시간, 기억, 그리고 존재에 대한 내밀한 질문들을 안고, 로모그래피 필름과 카메라를 통해 스스로의 이야기를 한 장 한 장에 담아냈습니다.
1.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의 자리
안녕하세요. 중앙대학교 영화학과에 재학중인 65기 강예진입니다. 우연이 만드는 영원을 좋아합니다. 그 영원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연히 만나게 되는 모든 것들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습니다. 그렇기에 사진을 찍습니다. 필름 사진의 가장 큰 매력은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찍고 나서 무엇을 담았는지 잊어버리고 기다리는 동안의 두근거림, 그리고 스캔 된 사진을 받아볼 때의 설렘이 좋아요. 잘 찍혔든 아니든 그 모든 순간이 소중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마저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잊어버릴 수 있어서, 다시 기억할 수 있어서 필름이 참 좋습니다.
사진 또는 영상 작업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으신가요?
우린 하루에 살면서 정말 많은 것을 보고 지나치게 됩니다. 대부분 스쳐지나가는 것들을 크게 신경쓰지 않고요. 내가 매일 무심코 지나치며 거들떠도 보지 않았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의미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언젠가는 그 자리를 잃고 사라질수도 있을것 같아 사라지기 전에 그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 중에 “행복이 보물인 듯이 찾지만 너 오늘 하루 100개는 놓쳤어.”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스쳐지나가는 것들의 자리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이번 공통 주제인 <흐르는 시간 속 기억들>을 어떻게 표현하셨나요? 촬영 과정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나요?
시간은 흐르고 기억도 점점 희미해져갑니다. 필름 사진도 오래되면 점점 희미해진다는 점에서 기억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촬영을 진행하면서 내가 지금 찍고 있는 피사체는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을까? 어떤 사연이 있을까? 하며 피사체에 담긴 이야기를 상상하였습니다. 터무니 없는 상상을 하기도 하고 감동적인 상상을 하기도 하며 전체적인 촬영 자체가 기억에 오래 남을 순간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걷고, 걷고 또 걸으며 기억을 담았고,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번에 테스트하신 로모그래피 카메라와 필름을 사용해보신 소감을 말씀 해주세요.
이번에 로모그래피 메트로폴리스 35mm 필름과 Canon EOS 750QD를 사용하였습니다. 전부터 로모크롬 메트로폴리스 필름의 냉소적인 느낌이 매력적이라 생각되어 사용해보고 싶었던 필름 중에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제가 주제를 바라보는 시선을 냉소적으로 하려 했습니다만 의외로 결과물이 냉소적이라기 보다는 꿈속의 한 장면처럼 아련하기도 하고, 신비롭기도 하여 굉장히 마음에 드는 사진이 많았습니다.
앞으로 촬영해보고 싶은 주제나 장소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다음엔 헤테로토피아적인 공간들을 주제로 촬영을 진행해보고 싶습니다. 권력으로부터 숨을 수 있는 공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들을 제 경험에 비추어 탐구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나아가 다른 사람들의 헤테로토피아적인 공간들을 서로 공유하며 과거의 상처나 기억을 같이 되돌아보며 치유할 수 있는 그런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고 싶습니다.
2. 내가 사랑하는 - 그 순간의 영원한 지속
중앙대학교 재학 중인 김민주입니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부터 필름을 현상하기 전까지 제가 담은 이미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필름 사진은 사진을 찍는 자신을 의심하게 되고, 순간을 더욱 소중하고 신중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사진 또는 영상 작업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으신가요?
어떤 이야기든 저의 작업물이 담고 있는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전달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시각매체의 감정적 작용은 공유와 공감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의 작업이 누군가에게 공유되어 특정한 파동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공통 주제인 <흐르는 시간 속 기억들>을 어떻게 표현하셨나요? 촬영 과정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나요?
흐르는 시간 속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은 일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익숙한 생활에서 기억이 되고 점점 희미해질 때 순간의 유한성에 대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특히 최근 저와 제 주변의 다양한 경험을 통한 존재와의 이별과 그에 대한 기억들은 저에게 큰 의미를 주었습니다. 막연하게 느껴졌던 ‘이별’이 다시는 볼 수 없는 이별이 되기 전에 그 순간을 기록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작업에서 저희 가족을 찍었습니다. 저의 소중한 일상이 희미해지지 않도록 행복한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자 했습니다. 필름에 담긴 모든 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할머니를 뵙고 집으로 향하던 아버지의 뒷모습이 유독 다르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카메라를 통해 보니 평범하게 느꼈던 순간이 더 차분하게 느껴졌습니다. 언젠가 지금의 일상이 과거가 되어 희미해진다면 이번 촬영 과정을 반추하겠습니다.
이번에 테스트하신 로모그래피 카메라와 필름을 사용해보신 소감을 말씀 해주세요.
로모매틱 110 카메라와 2021 로모크롬 메트로폴리스 필름을 사용했습니다. 특별히 연출된 상황이나 다양한 순간을 찍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매번 지나가는 일상들을 차분하게 담아내고 싶어 뮤트한 톤으로 나오도록 해당 필름을 선택했습니다. 휴대하기 편리해 일상을 담기에 좋았습니다.
앞으로 촬영해보고 싶은 주제나 장소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비가 오는 날 산 속에서 촬영을 해보고 싶습니다. 우산도 쓰지 않고 비를 맞아 늘어진 잎들과 함께하는 피사체의 눅눅한 모습을 담아보고 싶습니다.
3. 시선 너머 존재 | 이민지
안녕하세요. 중앙대학교 영화전공 3학년에 재학 중인 이민지입니다. 시간이 연속적이라는 믿음에 자꾸만 반기를 들고 싶은 것 같습니다. 자꾸만 흐르는 시간을 무시하고자 시간을 묶어둘 도구를 찾았고, 그게 필름 카메라였습니다. 그래서인지, 현상과 스캔을 게을리 합니다. 점점 그 시간이 흐려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 더 묶어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수년이 흐르고 다시 펼쳐낸 시간 속엔 카메라를 가려버린 손가락과 어두운 밤 흔들리는 손으로 찍은 바람에 빛이 별똥별을 이루는 사진들이 추억할 수도 없게 엉망으로 남아있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엉망이 된 필름에는 분명 그 때 나조차도 확인못한 시간이 있습니다.
사진 또는 영상 작업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으신가요?
여전히 시간들을 불신하고, 앞으로도 흐르고 뒤로도 흐르는 그리고 멈춰 서 있기도 한 우리의 기억을 맴도는 이야기들을 하고 싶습니다. 마음이 넓어, '나 너머의 삶들까지 이해하고 알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어느 날은 또 속 좁은 이야기들로 하염없이 넋두리하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자잘하고 흩날리는 생각들을 모아내는 솔직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이번 공통 주제인 <흐르는 시간 속 기억들>을 어떻게 표현하셨나요? 촬영 과정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나요?
실은 너무 어려웠습니다. 주제에 담겨있는 단어 - 흐르는 것, 시간, 기억 그 하나하나가 아직도 의미가 모르는 것 투성이었습니다. 일단 생각을 거두고 시선을 따라가보기로 했습니다. 이번엔 속 좁은 나만 두기로 하고, 시선이 머물며 만들어낸 이야기를 따라 갔습니다. 계속 너머의 이야기들을 궁금해 하는 나를 위해서 다중 노출을 이용해보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필름을 찍고 조금만 더 걸어보기로 했는데 좋아하는 초원이 나왔습니다. 학교에 있을 거라 상상치 못했던 곳에서,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이야기는 계속되리라 예고하는 듯이요. 시선 끝에 있는 나를 인지해내고, 흐르는 시간 속 기억들을 유영하듯 다녀왔습니다.
이번에 테스트하신 로모그래피 카메라와 필름을 사용해보신 소감을 말씀 해주세요.
첫 필름카메라의 시작이 6년 전 심플유즈 다회용 필름 카메라였어요, 이번에 로모 LC-A 120 카메라와 로모크롬 컬러 ‘92 Sun-Kissed 35mm ISO 400을 사용했습니다. 빛이 비추는 색들을 추억으로 감아내주는 듯한 필름이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처음으로 다중노출로 찍은 사진들이 흐르는 시간 속 중첩되는 기억들, 혹은 흐릿한 기억 너머 희끗한 기억들을 보여주는 듯 활용해보고자 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앞으로 촬영해보고 싶은 주제나 장소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내가 보는 세계 그리고 너머의 존재들을 촬영하고 싶습니다. 지난 해에 사진에 관한 다큐를 촬영했었는데, '사진에 보이는 것이 진짜일까?'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했고, 그렇다면 나는 그 너머에 무엇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가로 이어졌습니다. 침묵하는 듯한 사진에는 분명 시끄러운 이야기가 있다고 믿습니다. 그게 진짜든 아니든. 내가 사진에 품는 의문, 그 이야기들은 무엇인지 다중 노출을 이용해 촬영해보면 재밌는 작업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4. 사람 : 공간 : 시간 | 황진서
안녕하세요. 저는 중앙대학교에서 영화 전공으로 재학 중인 황진서입니다. 제게 필름 사진은 여유를 준다고 생각해요. 디지털과 달리, 바로바로 찍힌 사진을 확인할 수 없어서 여유를 갖고 기다리는 법을 배우죠. 뿐만 아니라, 필름 개수가 정해져 있어서 한 컷 한 컷 정성들여 찍어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여유가 생겨요. 평소 성격이 급한 편이라, 처음 필름 사진을 찍을 땐 적응하기 힘들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필름 사진을 통해 여유를 배운 것 같아요.
사진 또는 영상 작업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으신가요?
다양한 삶을 전하고 싶어요. 저는 우리 사회가 “공감과 존중”을 통해서 더 평화로워진다고 믿고 있어요. 그러기위해서는 서로의 삶에 대해 잘 아는 게 필요하겠죠?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전하는 제 작업이 세상을 더 평화롭게 만들 수 있으리라 믿고 나아갈 예정입니다.
이번 공통 주제인 <흐르는 시간 속 기억들>을 어떻게 표현하셨나요? 촬영 과정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나요?
양재천에서 할머니 한 분을 만났을 때가 생각납니다. 제 첫 인터뷰이 였는데, 젊은 시절엔 생각 많이 하지 말고 그 젊음을 즐기라고 하시더라구요. 그 말씀 덕에 내가 꼭 하지 않아도 될 것들은 쳐 내가면서 제가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가끔 이렇게 작업하다가 뵙는 분들을 통해 큰 울림을 얻기도 해요. 참 운이 좋죠.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삶에 대한 영감을 받는다는 것!
이번에 테스트하신 로모그래피 카메라와 필름을 사용해보신 소감을 말씀 해주세요.
제가 쓴 로모어파랏 21 mm 와이드 앵글 카메라 Fluffy Omelet 에디션은 겉보기엔 장난감처럼 생겨서, 어딜가든 주목받던 카메라였습니다. 작고 독특한 외관 덕분에 어디서나 시선을 끌었고, 따뜻한 느낌의 컬러 네거티브 400 필름과의 조합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첫 사용이었지만 너무 마음에 들어 개인적으로 구입하고 싶을 정도였어요.
앞으로 촬영해보고 싶은 주제나 장소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평소에 잘 가지 앉는 섬마을이나 전통시장, 조선소 같은 곳을 다니며 다양한 삶의 모습을 담고 싶습니다!
각자의 시선과 감성을 사진으로 담아 공유해준 중앙대학교 영화학과 재학생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로모그래피 커뮤니티에서는 전 세계 예술 학교 학생들의 작업을 소개하는 Lomo Art School 시리즈를 통해 더 많은 젊은 창작자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바로 로모그래피 매거진에서 다양한 아트 스쿨 프로젝트를 확인해보세요!
작성자 hey_springtime 작성일 2025-06-29 #gear #문화 #사람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