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순간:: 포토그래퍼 전상열의 로모매틱 110 리뷰
1 Share Tweet스트리트 포토그래퍼 전상열은 덧없는 순간, 잊혀진 공간, 도시 이야기 등 평범한 삶의 아름다움을 포착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완벽한 순간의 본질과 로모매틱 110 의 매력, 로모크롬 필름이 불러 일으키는 향수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봅니다.
안녕하세요, 로모그래피 매거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먼저 간단한 자기 소개를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그저 평범한 순간들과 도시에서 버려지거나 잊혀진 것들을 찾아다니며 기록하고 있는 전상열 입니다.
사진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살 때부터 취미로 똑딱이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이런저런 사진을 찍곤 했습니다. 이후 28살에 직장을 그만두고 예술대학에서 플로리스트 전공을 하며 교양 과목으로 기초 사진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그때 사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후 플로리스트, VMD, 설치미술작가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도 꾸준히 사진 생활을 이어 오다가, 2018년부터 국내외 여행 사진을 시작으로 다수의 공모전 입상과 전시를 통해 본격적인 사진 작가로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스트리트 포토그래피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스트리트 포토그래피 를 대표하는 "Candid" 라는 단어처럼, 모든 것이 계산된 사진이 아닌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 솔직하고 꾸밈없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떤 사진들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한 곳에서 30분이고 한 시간이고 기다렸다가 찍곤 하지만, 대부분의 사진들은 아주 우연히 마주친 찰나의 순간을 기록합니다. 오늘은 어떤 사진이 찍힐지, 내일은 또 어떤 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 전혀 예상할 수 없기에 매일매일이 새롭고, 순간 지나치는 극적인 순간들을 카메라로 담아 냈을 때의 그 희열과 짜릿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도시의 풍경을 촬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사진에서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저는 '순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좋은 날씨와 좋은 카메라, 최적의 구도로 촬영을 한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순간을 놓친다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게다가 도시 촬영은 모든 걸 제 마음대로 통제하고 결정할 수 없기에, 우연히 마주친 순간이나 어떤 장소에서 한참을 기다렸다가 포착한 순간이 사진의 주제나 스토리를 결정짓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촬영에서는 어떤 주제나 장면을 촬영 하기로 결정 하셨나요?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와 다양한 사건, 사고들로 인해 '일상의 소중함'이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 - 아주 보통의 하루에서 마주치는 평범한 풍경과, 너무 흔해서 그동안 쉽게 지나쳤던 순간들을 담고자 했습니다. 머릿속이 복잡하거나 마음이 힘든 때에 이 사진들을 꺼내 보면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평범한 일상이 주는 행복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110 포맷 카메라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나요? 로모매틱 110과 다른 카메라와의 차이점을 느끼셨나요?
110 포맷 카메라에 대해 알고있었지만, 이번에 처음 사용해 보았습니다. 135 포맷 카메라에 비해 확실히 작고 가볍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며, 와인딩 방식이 독특했습니다. 필름 매거진의 형태도 보통의 35mm 필름과 달리 작고 가벼운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으며, 촬영 전 복잡한 단계 없이 필름을 그냥 필름실에 넣기만 하면 됩니다. 필름 카메라를 처음 접하시는 분이나, 무거운 카메라가 부담되는 분들이 사용하기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로모매틱 110은 심플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에 컬러도 여러 가지라서 사진 찍는 재미는 물론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어떤 카메라인지 궁금증을 유발할 수 있는 카메라인 것 같습니다.
이번 촬영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과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Color 92 필름 으로 촬영했던 스케이트장 아이들 사진입니다. 오후에 잠깐 눈이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한동안 아무런 기미도 없다가 갑자기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눈이 쏟아졌어요. 모두가 그 눈을 맞으며 즐겁게 스케이트를 타고, 겨울을 만끽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마침 귀여운 아이들이 신나게 제 앞을 지나가서, 그 순간 플래시를 터트려 빠르게 담았어요. 현상해 보니 날리는 눈송이들과 겨울을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이 잘 담긴 것 같아서 가장 마음에 듭니다. 이 사진이 더 극적인 건 사진을 찍고 있던 40분 정도만 엄청난 폭설이 내렸고, 결국 그 뒤에 예정되어 있던 스케이트장 운영이 모두 취소되었다는 점이에요. 이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눈 맞으며 스케이트 타는 순간을 촬영할 수 있었기에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로모매틱 110을 처음 사용하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로모매틱 110은 독특한 110 포맷 필름을 사용하기 때문에, Color 92필름으로 찍다가 Metropolis 필름으로 찍고 싶다면, 필름실을 열고 필름을 바꿔서 촬영하면 됩니다. 단, 현재 노출되어 있는 필름 한 장은 타 버리지만 그 외의 필름들은 사용 가능합니다. 또한 좌우로 미는 와인딩 방식이다 보니 한 번에 정확히 와인딩 해줘야 필름이 덜 밀려 씹히거나 강제로 다중노출되는 일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크기가 워낙 작고 가볍다 보니 빛이 부족한 곳이나 장 노출로 촬영할 때, 흔들리지 않게 양손으로 잘 잡고 찍어야 제대로 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두 가지 로모크롬 필름을 사용해보셨는데, 각 필름의 어떤 점이 가장 흥미로웠나요?
Color 92 필름 은 이름 그대로 마치 1992년에 찍었을 법한 느낌의 색감과 톤을 가지고 있어 어머니가 카메라로 저를 찍어 주시던 초등학교 시절이 생각 나서 잠시 추억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반면 Metropolis 필름 은 밝은 곳에서는 부드럽고 레트로 한 톤을, 어두운 곳에서는 확실한 대비와 쨍한 컬러들을 보여 주어 한 필름에서 두가지 느낌을 얻을 수 있는 재미있는 필름이었습니다.
촬영을 마치고 사진을 현상할 때, 예상했던 결과와 다를 때가 많잖아요. 예상치 못한 결과가 주는 즐거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디지털 사진과 달리 필름은 결과물을 예상할 수 없다 보니 현상 전까지 기대와 설렘이 있습니다. 때로는 제가 원하는 기대했던 결과와 다르지만 오히려 더 마음에 드는 사진들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이번 촬영에도 필름이 덜 감겨서 의도치 않게 한 장에 2번 촬영된 전철 사진과 장노출 시간을 잘못 조절해 지저분해진 올림픽대로 사진, 빛이 부족해 흔들린 한강 사진 등이 나왔습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오히려 느낌 있게 촬영되어 마치 복잡한 도시에서 바쁘게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도시인들이 바라본 풍경 같기도, 한 폭의 회화 같기도해서 비록 실패한 사진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나중에 아예 이런 느낌으로 컨셉을 잡고 촬영을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로모그래피 커뮤니티와 공유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모든 것이 빠르고 편리한 디지털 세상에서 필름 사진을 찍어보는 경험을 통해 잠시나마 여유를 가지고 느리지만 따뜻한 아날로그 감성을 직접 느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제가 담게 될 보통의 순간, 보통의 사진들도 많이 기대해 주시고 사진 이외의 다른 매체들과의 결합을 통해 항상 변화하고 더 재미있는 작업들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로모매틱 110과 로모크롬 필름으로 보통의 순간을 공유해주신 전상열님께 감사드립니다. 그의 작업이 궁금하시다면 인스타그램 을 방문해보세요.
작성자 hey_springtime 작성일 2025-03-11 #gear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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