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머금은 케이크를 만드는 '미소바케카케' 손규리 :: 로모 인스턴트 와이드로 담은 기록

서울에서 미소바케카케 로 케이크 작업을 하는 손규리가 로모 인스턴트 와이드 카메라 로 케이크를 만드는 과정의 조각들을 담아내었습니다. 그녀가 케이크를 만들게 된 이야기와 작업하는 과정, 그리고 그 이후의 여정에 대한 바람을 담아낸 인터뷰를 확인해보세요!

©손규리 | 로모 인스턴트 와이드

안녕하세요, 로모그래피 매거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간단한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바케bake’, ‘카케cake’하는 케이크 디자이너 '미소miso' 손규리 입니다. 저는 현재 미소바케카케 라는 활동명으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해 케이크를 소재 삼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나타날 또 다른 이야기를 담을 그릇을 발견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두리번거리고 있습니다.

©미소바케카케

이야기를 담은, 개성있는 디자인의 케이크들을 만드시는 것 같아요. 처음 케이크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기억나지 않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미술을 했어요. 예술인만 가득한 집단에서 아무 흥미도 없이, 무미건조한 창작을 되풀이하며 생활했죠. 그렇게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는 시간을 흘려보내던 중, 대학원을 거쳐, 또 다시 목적 없이 선택한 길고 긴 박사 과정을 시작하는 날의 아침이었는데요, 문득 출근 중인 직장인을 보고 ‘나도 H라인 스커트에 구두 신고 출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하던 것을 모두 그만두고 회사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4년 동안, 단 한 순간도 예술에 가깝지 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비로소! 흥미를 잃었던 창작에 대한 욕구가 솟구치는 걸 느꼈고, 그 갈증이 저를 ‘미소바케카케’로 이끌게 되었습니다. 창작자로서의 첫 시작은 누구의 선택 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미소바케카케라는 두번째 시작은 '하고싶다' 라는 투명한 욕구를 동력 삼아 선택한 의미있는 일 이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으로, 다시 작업을 하게 된다면, 나의 이야기를 어떤 그릇에 담을 수 있을까 고민 하던 중, 먹는 행위와 연결되는 edible art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손규리 | 로모 인스턴트 와이드

어떤 과정을 통해서 작가님만의 케이크 스타일을 구축하게 되었나요?

저는 ‘타인’으로부터 영감을 얻어요. 타인의 삶을 상상하거나 그들의 사적인 이야기를 직접 듣는 순간, 마치 제가 겪은 일마냥 푹 빠져들게 돼요. 기쁨, 슬픔, 무미건조 등 타인의 다양한 감정을 이야기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받을 때 제 안의 감각이 깨어나는 느낌에 휩싸여요. 이렇게 수집한 이야기에 여러 감정을 더하고, 상상력을 동원해 이야기를 확장하며 창작의 단서를 발견하는 것 같습니다. 의뢰인들의 사적인 이야기를 케이크에 꾹꾹 눌러 담아서 그런지, 여러 정보가 뒤섞이며 암호화된 이미지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때로는 직관적이고, 때로는 추상적인 모습으로요.

케이크는 결국 제 손을 떠나 이야기의 주인에게 돌아가는 운명을 타고났어요. 케이크의 주인은 꼭 기억하고 싶던 자신의 이야기로 완성한 케이크와 사진을 찍고,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죠. 최종적으로 의뢰인은 케이크를 먹으며 예전에 내뱉은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삼키게 되는데요. 이때 케이크는 ‘먹힘’으로써 세상에서 사라지지만, 에너지원으로 변해 이야기 주인의 피가 되고, 살이 되어, 영원히 함께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잔치 음식의 대명사인 '케이크'로 물질화 한 특별한 이야기는 축하를 위해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언어가 아닌 음식으로 공유된다고 생각해요.

©손규리 | 로모 인스턴트 와이드

화보나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에 작가님의 케이크가 담기는걸 봐오면서, 본인의 작품이 ‘이렇게 담겼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있으셨나요?

촬영 현장으로 가는 케이크는 이야기를 서포트 하는 역할일 때가 대부분인 바, 바라는 점은 딱 두 가지 입니다. 하나는 장면의 분위기에 튀지않고 스며들 듯 잘 어우러져 이야기를 잘 발산 하기를. 나머지 하나는 부셔지지 않고 온전히 도착해 녹지 않고 촬영을 잘 마무리 할 수 있기를 바라는 엄마(?) 의 마음 뿐 입니다 ㅎㅎ

©손규리 | 로모 인스턴트 와이드

로모 인스턴트 와이드 글래스의 첫인상은 어떠셨나요?

제가 여태껏 본 폴라로이드는 동글동글하고 단순한 플라스틱소재의 하얀 사진기 였는데, 로모 인스턴트 와이드 글래스는 기능도 다양하고, 렌즈도 바꾸어 낄 수 있는 전문가용 사진기 같았습니다! 디자인이 레트로하고 고급스러워서, 저의 작업실 선반에 놓으니, 하나의 오브제 처럼 아름다운 인상을 주었습니다. 시간을 담은 듯 깊은 공간감을 주는 결과물도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이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손규리 | 로모 인스턴트 와이드

크림을 짜는 도구, '깍지' 사진 입니다. 한정 된 모양의 구멍으로 얼마나 다채로운 표현이 가능한지 몰라요, 아직도 발견하지 못한 형태가 많이 있습니다. 서로 어우러져 수 많은 경우의 수를 만들어 내는 저의 깍지를 주인공으로 한, 이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케이크가 잘 만들어진 영화라면, 깍지들은 그 뒤에서 모든 이야기를 실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스태프들 같아요!

작업을 하면서 깍지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이번 콜라보 작업을 통해 케이크가 아닌 깍지를 무대 위에 세워 줄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손규리 | 로모 인스턴트 와이드

로모그래피 커뮤니티와 공유하고 싶은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벌써 미소바케카케를 시작한지도 일년 반이 지났지만,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서는 아직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작년부터 고민하고 있던 새로운 작업 방식과 형태에 대한 고민, 식용 가능한 소재의 확장을 위해 여기저기서 정보를 수집 중이에요.

언젠가는 오직 저의 이야기로 구성한 미소바케카케 전시를 열고 싶은 꿈도 있는데요. 이를 위해 식용 소재의 전시는 어떤 형태를 띠어야 하는지 여러 방면으로 고민해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날을 위해 보내는 나날들을 언제나, 지금과 같이, 의뢰인들의 소중한 이야기를 나누며 울고 웃으며 일상의 영감을 놓치지 않도록 노력할 것 입니다.

©손규리 | 로모 인스턴트 와이드

끝으로 간단한 인사와 소감 부탁드리겠습니다.

케이크를 의뢰인에게 보내고, 먹혀서 사라지고 나면 남는 것은 사진 뿐인데요. 그만큼 제 손을 떠나기전의 기록이 중요해요. 로모 인스턴트 와이드 글래스와 보낸 2주 동안, 공간이 사라진 사진이라는 평면의 기록물 속에 가둬지는 입체의 케이크가, 시간과 깊이를 가진 결과물이 되는 모습을 즉각적으로 볼 수 있는 놀라운 경험을 했습니다. 아름다운 사진기로 저의 케이크를 기록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 이었습니다.


로모그래피 매거진과 함께해주신 손규리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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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uy0909 작성일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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