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자연: 포토그래퍼 신종혁의 로모크롬 메트로폴리스


로모크롬 메트로폴리스 필름 은 뮤트한 톤으로 일반적인 컬러 네거티브 필름과 확실히 구별됩니다. 또한 ISO 100-400의 감도 범위 덕분에 모든 노출 상황에 두루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필름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포토그래퍼 신종혁은 한 가지 필름으로 오랜 시간동안 촬영을 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필름의 특성을 이해하고, 마침내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로 장면을 담아냅니다. 이번 기사에서 그가 로모크롬 메트로폴리스로 촬영한 '도시와 자연' 시리즈를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로모그래피 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필름 사진을 기반으로 일상 속에서 눈에 닿는 순간들을 수집하는 포토그래퍼 신종혁 이라고 합니다.

필름 사진을 언제, 어떻게 시작했나요?

서울청 소속 의무경찰로 군 복무를 했는데, 타 군에 비해서 외출이나 외박이 많아서 서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어요. 상경(상병) 무렵 휴가를 나와 바꾼 새 휴대폰의 카메라가 너무 좋은거예요. 그래서 나올 때마다 서울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풍경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전역할 때쯤 되니 왠지 카메라가 갖고 싶어 고민하던 중에 어릴적 집에서 쓰던 똑딱이 필름 카메라가 생각났어요. 그 때부터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사진:신종혁 | 필름: 로모크롬 메트로폴리스

필름 사진을 촬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뷰파인더 속에서 기다릴 줄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담을 때 뷰파인더 속에서 피사체를 꽤 오래 바라보게 돼요. 그러다 보면 어느 찰나의 순간, 뷰파인더를 통해서 눈에 들어온 피사체가 어느새 마음에 다가옴을 느끼게 되는데 그 순간 셔터를 누르곤 해요.

사진:신종혁 | 필름: 로모크롬 메트로폴리스

로모크롬 메트로폴리스 필름의 첫 인상은 어땠나요?

개인적은 느낌은 따뜻했어요. 저는 보통 1년 정도를 주기로 마음에 드는 한 가지 필름을 쭉 사용하는 편인데, 해가 갈수록 마음에 드는 필름의 채도가 점점 옅어지더라구요.

메트로폴리스 는 생각보다 색감의 톤도 차갑고, 채도도 낮은 편인데 말로만 들어선 따뜻함과는 거리가 먼 이 필름이, 현상된 결과물로 봤을 땐 어딘지 모르게 아련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특히 서울 도심 속 풍경들을 찍은 사진들에서 따뜻함을 많이 느꼈어요. 사진이라는 것 자체가 순간을 붙잡아두는 거지만 이 필름은 유독 더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줘요. 차갑고 쓸쓸하면서 동시에 따뜻하고 평온한 기분이 드는 위로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사진:신종혁 | 필름: 로모크롬 메트로폴리스

이번 시리즈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메트로폴리스 필름으로 도시와 자연, 상반된 두 풍경을 찍은 시리즈예요. 도시와 어울릴 것 같은 이름의 필름이 표현하는 도시와 자연의 색감은 어떻게 다른지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로모크롬 메트로폴리스 필름이 주제를 정하는데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이름 자체에서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Metropolis 무조건 도시에서 찍어야만 할 것 같은 이름의 필름인데, 찍어보니 차분하고 톤 다운된 색감이 정말 마음에 들더라구요. '이렇게 차분한 색감이면 자연을 찍어도 매력적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현상해보니 저에게 너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어떤 카메라와 렌즈를 사용하셨고, 무슨 감도로 촬영하셨나요?

Contax G2와 Ihagee EXA 1b 두 카메라를 사용했어요. 콘탁스는 28mm, 45mm, 90mm 세 가지 화각을 다양하게 활용했고, 엑사는 200mm를 사용했습니다.

ISO는 거의 400으로 촬영했어요. 400 감도의 적당한 질감을 좋아하고 밝은 외부 환경에서도 조리개를 많이 닫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엑사는 완전 기계식 수동카메라라 따로 감도 값을 정할 수는 없지만, 100-400 필름이다 보니 노출값의 효용 범위가 넓어 유동적으로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신종혁 | 필름: 로모크롬 메트로폴리스

본인에게 ‘도시’와 ‘자연’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에게 도시와 자연은 각각 활력과 휴식이에요. 서울에서 태어나 도심 속에서 쭉 자라온 저에게 도시는 일터이자 고향이기도 해요. 사람도, 차도 많아서 시끄럽고 복잡한 서울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이 도시의 풍경을 보고 있을 때 저는 답답하기보다 활기차다는 느낌을 받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진을 찍으면서 활력을 많이 얻어요.

사진:신종혁 | 필름: 로모크롬 메트로폴리스

반대로 자연은 휴식 그 자체인 것 같아요. 그렇게 활기찬 도시가 종종 지칠때가 있더라구요. 휴가를 내고 여행을 떠나면 거의 자연이 있는 곳으로 가요. 여백이 많고 미니멀하지만 웅장함과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자연 풍경을 보고, 담고 하다보면 진짜 휴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진:신종혁 | 필름: 로모크롬 메트로폴리스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과 이유는?

사진:신종혁 | 필름: 로모크롬 메트로폴리스

여자친구가 흰 셔츠를 날리고 있는 뒷모습 사진을 좋아해요. 오랜만에 강릉으로 여행을 갔는데, 전날부터 비가 많이 와서 아침에 날씨가 정말 흐렸어요. 바람도 어찌나 많이 불던지요. 빛이 없어 아쉬웠지만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겨주고 싶어서 저기 한 번만 서줄 수 있냐고 했는데 여자친구가 갑자기 셔츠를 하늘 높이 들어줬어요. 뷰파인더로 보이는 이 장면이 너무나 예뻐서 이때다 싶어 바로 셔터를 눌렀죠. 자연스럽게 바람이 담겨있는 사진이라 정말 좋아해요.

사진:신종혁 | 필름: 로모크롬 메트로폴리스

로모크롬 메트로폴리스 필름 사용자에게 추천할만한 팁이나 조언을 한다면?

매력적인 필름입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따뜻하고 빛 가득한 필름 사진을 생각한다면 조금 호불호가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 필름은 햇빛이 없어도 그 자체로 좋습니다. 여느 필름들이 햇빛이 없을 때 조금 아쉽다면 메트로폴리스는 햇빛이 없을 때 오히려 빛을 발하는 듯 해요. 차갑고 다운된 톤은 흐리고 어두운 날의 도시 풍경도, 비오는 날의 선선함에도 잘 어울립니다. 개인적으로는 흐리거나 비오는 날에 꼭 이 필름을 사용해보셨으면 좋겠어요.


피사체와 풍경을 오래도록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에 담긴 사진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시리즈도 기대할게요! 신종혁의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면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확인해보세요.

작성자 hey_springtime 작성일 2022-07-28 카테고리 #gear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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