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Rules Project: #10 지운의 로모크롬 메트로폴리스

로모그래퍼라면 10 골든룰 을 한번 쯤은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로모그래피는 필름 사진을 사랑하는 여러분이 모든 경계와 규칙을 깨고 언제, 어디서든 카메라를 꺼내 촬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필름 포토그래피 데이를 기념하여 한국의 포토그래퍼 지운이 10번째 룰인 'Don’t worry about any rules'에 따라 로모크롬 메트로폴리스 필름으로 촬영을 했습니다. 평소 자연스러운 촬영을 통해 자신과 피사체를 표현하는 지운이 어떤 결과물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필름사진에 대한 그의 생각과 사진을 인터뷰를 통해 확인해보세요.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필름 사진을 바탕으로, 영상, 아트 디렉팅 등 여러 예술방면에서 활동중인 지운 이라고 합니다.

필름 사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18살때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라는 일본 영화를 봤어요. 제가 일본 영화에 많이 빠져있었거든요. 그 영화에 Canon AE-1가 나와요. 그때 중고로 같은 기종의 카메라를 사고, 필름의 세계에 빠졌어요. 그리곤 돌이킬 수 없게 됐죠! 이제는 그 카메라는 없고 다른 여러 카메라들이 제 주변에 있지만, 아직도 그 카메라와 함께 한 세월은 첫사랑같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아날로그 사진의 어떤 점이 가장 마음에 드나요?

사진을 찍는 '순간' 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아요. 바로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촬영 당시 사진가의 결정에 고귀한 힘이 생기는 느낌도 받고요. 무엇보다 내가 너무 아름다워 찍은 순간과 상황이 카메라와 필름을 통해 어떻게 다르게 나올지 상상하는 일이 좋아요. 왜냐하면 결과물이 무조건 제 상상보다 좋을 걸 저는 알거든요. 과거의 내가 찍은 사진에, 미래의 내가 감동을 받는거죠.

촬영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피사체와의 소통이요. 단순한 의사소통의 여부도 중요하지만, '피사체와 내가 가진 에너지가 통하는 부분이 있는가'가 중요해요. 무의식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느낄 수 있다면, 마치 춤을 추듯 움직이며 사진을 찍게되죠. 저에게는 느낌과 감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비오는 날만 아니면 언제든 좋아요. 장소가 우두커니 존재하는 자연일때 가장 좋은 작업이 나오곤 합니다.

평소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요?

글, 음악, 사진, 무용, 오브제 등 예술적인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어요. 저는 자주 잠꼬대를 하고 꿈을 꾸는데요, 가끔 잠에서 깨면 메모장에 지난밤의 내가 적어둔 글이 있는 경우가 있어요. 저는 기억을 못하지만요. 무의식에서 적은 그 글에서 많은 이야기가 나와요. 대체로 현실에 기반하지만 붕 떠있는, 조금은 혼란스러운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런걸 만들려고 하죠.

10 골든룰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언제나 조금은 어긋난 상태로 살아왔고, 그럴거라 인정하는 과정에 대한 응원 같아요. 저는 예술을 하려고 사진을 찍는게 아니라, 사진을 찍다보니 때때로 예술가라 불리기도 하는 것 이거든요. 의미가 없으면 마치 중요하지 않은 것 처럼 치부되는게 다분한 이 사회에서, 내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것 들이 '무용(無用)' 하다는 것을-또한 그렇기에 아름답다는 것을 이해시키고 싶었거든요. 저는 그저 좋아서, 느끼는대로, 춤처럼 명상처럼 사진을 찍어요. 그리고 골든룰은 이 모든것이 'perfectly imperfect that's why you are amazing' 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요. 룰이지만, 룰이 아닌거죠.

"골든룰은 룰이지만, 룰이 아닌거죠."

주어진 골든 룰에 따라 촬영할 때 어떤 과정으로 진행했고, 컨셉은 무엇이었나요?

저의 룰은 'Don't worry about any rules' 였습니다. 생각할 필요가 없었죠. 가장 좋아하는 친구와 가장 좋아하는 로모크롬 메트로폴리스 를 들고 바로 자주 가던 공원에 갔습니다. 컨셉은 '남들이 어떻게 보든 우리는 뛰고, 구르고, 물구나무 서기 하면서 재밌게 놀자!' 라는 것 정도? 짧게 정리하면 'What ever, who care?'.

어떤 카메라로 촬영하셨나요?

로모키노 와 Nikon Fm-2으로 촬영했습니다.

'Don’t worry about any rules' 촬영을 하며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들려주세요.

저와 같이 작업한 모델은 제 가장 친한 친구중 하나에요. 저와 작업을 아주 많이 했고 함께 하면 시너지가 엄청납니다. 필름을 받자마자 그녀를 불러서 무작정 자주가던 공원에 갔어요. 그 공원에서도 사람들이 잘 모르는 주차장 뒷편의 관리되지 않은 작은 정원을 찾아 다녔죠. 저는 닥터마틴을 신고 있었고 그녀는 분홍색 스니커즈를 신었는데, 아무래도 그녀에게 닥터마틴을 신기고 싶은거에요. 그래서 저는 제 신발을 준 뒤 맨발로 '서울' 한복판에 있는 공원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어요. 그녀의 신발은 제 손바닥만해서 신을 수 없었거든요. 그녀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나무에 원숭이처럼 매달렸어요. 저와 그녀는 그냥 이 주제와 100% 일치하는 사람들이에요. 정말 즐거웠습니다.

로모크롬 메트로폴리스를 사용해 본 느낌은 어땠나요?

사실 저는 이 필름이 새로 나오자마자 애용한 팬이에요. 저는 다양한 색상과 질감의 필름들을 사용하는 편인데, 로모크롬 메트로폴리스 는 기억 속 어딘가에 있었던 것만 같은 그립고도 서늘한 이미지를 만들어줘요. 매력적인 그레인과 톤 다운된 컬러, 진득하지만 서늘한 느낌. 그래서 저는 감정을 덜어내는, 현실에 기반한 상상의 그리움 같은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하면 이 필름이 떠올라요.

"매력적인 그레인과 톤 다운된 컬러, 진득하지만 서늘한 느낌. 그래서 저는 감정을 덜어내는, 현실에 기반한 상상의 그리움 같은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하면 이 필름이 떠올라요."

촬영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큰 행복을 느꼈어요. 아주 만족하고, 자랑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그저 웃고, 신발 대신 양말을 신고 콘크리트 위를 뛰어 다니면서도 땅을 더 잘 느낄 수 있어 즐거웠어요.

우리의 '놀이'가 빛과 렌즈와 필름 그리고 저의 시선을 통과해서 전혀 다른 세계를 만들어 냈고, 그 세계가 나에겐 안식처가 될거라는 걸 믿었기 때문에 촬영 과정에서도, 결과를 보고도 폭발할 듯 기뻤어요. 정말 오랜만에 자유로움 을 느꼈어요.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사람들로 이루어진 글로벌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는 것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너무 신나요. 인생에 이보다 더 설레고 아름다운 일이 있을까요? 아름다움을 찾고 만들어내는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건 저에게 아주 중요해요. 내가 만든 세상에서 쉬다가, 다른이의 세상에 여행을 갈 수 있는 통로니까요. 게다가 로모그래피와 같은 글로벌 커뮤니티는 저와 전혀 다른 사고의 체계를 가진, 그러나 어쩌면 비슷할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작업을 알게되는 거니까요. 이보다 좋을 순 없다 !

앞으로 어떤 사진을 촬영해보고 싶으신가요?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사진들을 찍고싶어요. 사실 누구를 '위한' 다기 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 같은 영화처럼 동화적인, 그러나 어딘가 어긋나 있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그런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누구보다 이 골든룰과 완벽하게 어울리는 지운의 사진을 감상할 수 있어서 기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지운의 더 많은 사진과 영상을 감상하고 싶다면 로모홈 과 인스타그램 과 유투브 채널 을 방문해보세요.

여러분도 커뮤니티의 수많은 아날로그 러버들과 함께 영감을 주고 받으며, 창작의 세계를 확장하고 추억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작성자 hey_springtime 작성일 2022-04-28 카테고리 #문화 #사람